국제문화·예술의
새 비전을 위해!
- 지난해 10월, 계원예술대학교 평생교육원 소묘반에 송수근 총장이 불쑥 나타났다. 강사와 수강생들은 총장이 불심검문(?)이라도 나온 것인지 의아해했다. 어떤 영문인지 그의 손엔 연필과 스케치북이 들려 있었다. 그 후로 ‘주 1회 3시간 수업’에 송 총장이 매번 나타났다. 사비로 수업료를 내고 정식 등록한 수강생이었다. 소싯적에 미술을 해본 적도, 숨겨둔 재능을 중년에 불태워보겠다는 의지도, 미술에 특출난 재능이나 남다른 사연도 없었다. 지난 16일 총장실에서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그는 “평생교육원이 어떤 곳인지 체험해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 지난 가을학기만 해도 붓 잡고 물감 쓰는 방법부터 배운 왕초보였지만, 이젠 작품(?)이 제법 모였다. 여전히 ‘세잔의 사과’가 예술을 만들었다는 미술사 책을 보곤 세잔의 작품을 따라 그려보는 수준이지만, ‘수강생 총장’을 자처한 건 송 총장 특유의 ‘소통 리더십’ 때문이다. 물론 초기엔 ‘보여주기용으로 몇 번 하다 말겠지’라는 주변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송 총장은 올해 봄학기 유화반에 등록했고, 가을학기엔 수채화반에 추가로 들어갈 계획이다.
- 그는 “평생교육원엔 서울의 이름난 미술대학에서 수강한 사람, 은퇴하고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 사람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으로 진지하게 수강하고 있단 걸 알게 됐다”며 “직접 체험해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송 총장은 행정고시(31회)에 합격해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주뉴욕총영사관 문화원장,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콘텐츠정책관, 기획조정실장에 이어 문체부 1차관까지 지낸 행정관료 출신이다. 2019년 취임한 직후 비예술 계통 출신 총장으로서 예술대학을 이해하고 구성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 즉 ‘소통행보’를 현재까지 끊김 없이 이어가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대학소통위원회’를 신설해 대학 내 현안을 그때그때 처리했고, 지난해엔 ‘학과구조개선위원회’와 ‘재정위원회’를 잇따라 개설했다.
-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긴축재정을 해야 할 때나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정원 감축과 학과 구조조정을 할 때도 교수·직원(교직원)과 학생들의 의견을 먼저 물은 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구색을 갖추려고 집어넣은 예산이나 막연히 예산을 확보하려고 올려둔 ‘과잉 예산’을 싹 정리했다. 학과 통폐합도 무조건 학과 이기주의로 반대 의견만 내기보단 변화하는 사회에서 학생들의 진로·진학 가능성을 중심에 두는 쪽으로 논의가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 송 총장은 “누구도 하고 싶지 않겠지만, 누군간 해야 할 결정들이 있다”며 “대학 경영, 교육과정개편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누구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면, 가까운 미래엔 구성원들이 먼저 가이드라인을 잡고 힘든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송 총장이 취임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계원예대는 확실히 달라졌다. 자기 일에만 몰두하던 교수·직원·학생들이 서로 다가가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캠퍼스는 시끌벅적 활력이 넘쳤을 것이다. 실제로 외부 전문조사업체에 의뢰한 ‘학생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지난해 학교생활, 학생복지, 후생복지 등 전체 영역에서 만족도가 전년 대비 10~30%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송수근 효과’를 증명했다.
- 최근 송 총장이 내놓은 중장기 발전 계획인 ‘크리에이터(CREATOR) 2023’의 핵심 목표 ‘오로지 학생 성공을 위한 100년 계획’도 학생이 주인공인건 마찬가지다. 크리에이터 2023은 대학의 비전, 교육 목표, 주요 정책과 세부 사업 등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을 학생으로 두고 설계했다.
- 송 총장은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마다 7층 총장실에서 캠퍼스를 바라보면서 ‘내가 학생이라면 어떨까’란 말을 늘 떠올린다. 이건 송 총장이 평생교육원 수강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일주일에 한 번은 자교 학생으로 분해 학생의 시선으로 대학을 바라보고 교육을 생각하는 일, 송 총장의 소통 리더십은 흔히 볼 수 있는 눈높이 리더십이 아닌 아예 구성원이 돼보는 데서 남다른 힘이 발휘되고 있다. 송 총장은 끝끝내 학생 성공을 강조하며 대학 경영 철학을 이렇게 갈음했다.
- “학생들의 마음은 수시로 바뀌니 대학 정책을 일관성 있게 끌고 가기 어렵게 한다는 반론도 많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개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학생 성공’의 길이 열리고, 그들의 성공으로 인해 대학도 발전할 거란 믿음은 구성원 모두가 가져야 할 목표입니다.”